바비 싱어에게 그의 가족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있었던 건 오래 전 이야기였다. 사랑했던 부인의 죽음 이후, 바비는 혼자 사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다; 말하자면 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사람들과만 소통하려 했다. 그것이 그의 곁에 아무도 없도록 만들진 못했다 - 예비 부품을 찾으러 마을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하기 쉬웠다; 짐 목사로부터 얘기를 듣고 온 헌터들은 묵을 장소나 자료를 찾을 책들을 원했다 - 바비는 그들을 모두 수월하게 처리했다. 그런데 거기엔 또한 윈체스터 형제가 있었다.
바비는 여전히 어떻게 해서 자신이 이 가족의 '삼촌' 역할을 하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특히나 부모로서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존과는 확연한 관점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무시해 버릴 수는 없었다. 그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치즈버거와 에그노그를 만들게 된 연유였다. 치즈버거는 딘을 위해서; 에그노그는 자신의 고유한 크리스마스 전통이었다.
바비는 부엌에서 거실로 돌아왔다. 한때는 깔끔하고 안락한 공간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책들이 들어차 이제 한 칸의 도서관을 이루고 있었다. 여전히 거실의 자취가 느껴지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 꽃무늬 베게가 올려진 팔걸이 의자라던가 샘이 지금 차지하고 있는 소파라던가 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가구들은 매우 실용적이게도 책들로 뒤덮여 있었다. 벽난로에서 타닥거리는 불꽃이 이 곳을 은은하게 비추며 비인간적인 면모를 그나마 누그러들게 했다.
바비가 그의 아끼는 작업대로 쓰고있는 책상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딘도 도서실(이 된 거실)로 돌아왔다. 그는 잠시 샘이 졸고 있는 소파 옆에서 멈추었다가 샘을 잠에 빠져들게 만든 묵직한 책을 무릎에서 집어들어 팔만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의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을 동생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그의 눈썹이 지난 며칠간 그랬던 것처럼 찡그려지지 않는 걸로 보아 샘의 체온이 정상범위로 돌아온 것이라고 바비는 생각했다. 마침내, 딘은 근처에 있는 - 샘이 깨어있을 때는 덮지 않겠다고 고집했던 - 담요를 끌고와 샘에게 덮어주었다. 이 모든 행동을 하는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딘의 동작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그것은 마치 반사적인 행동처럼 보였다.
딘은 자신이 챙겨온 부품들을 바비의 책상 한쪽에 내려놓았다. 팔걸이 의자를 끌어다 램프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옮겨와 자리에 앉자, 바비가 그에게 들고있던 컵을 건네었다. 딘이 그것을 받아들었고, 바비의 실용적인 젤리병 컵을 향해 그의 입술 한쪽이 올라갔다.
바비는 딘을 향해 그의 잔을 들며 말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거라, kid."
딘도 마찬가지로 건배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바비."
그들은 조용히 에그노그를 들이켰고 바비는 언제부터 자신이 딘에게 술을 권했는지 생각했다; 그것은 아마 딘이 더이상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게 되었던 때와 비슷했을 것이다. 바비는 그때가 조금 그리웠지만, 그는 이해할 수 있었다 - 어리광을 부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딘은 소년기로 접어든지 한참이었다.
"이야, 바비! 제대로 취하겠는데요!" 딘이 팔걸이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묻으며 외쳤다.
"무슨 상관이냐, 오늘밤에 누가 차를 몰 것도 아닌데." 바비가 대답하며 역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게다가 만약 새미가 나를 곤란하게 한다면, 그 녀석에게도 한 잔 권해서 아침이 되도록 못 일어나게 만들테다."
딘은 작게 킬킬거리며 잠든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러지 않으셔도 내일 아침까지 못 일어날 것 같은데요. 대체 뭘 읽으라고 주신 거에요?"
"<우리에게 알려진 세계의 역사>." 바비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냥 가볍게 읽으라고."
딘은 폭소를 떠뜨렸다가 얼른 소파를 돌아보았지만, 샘은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샘이 편안하게 자고 있고 자신에게는 할 일이 있다는 사실에, 딘은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에 착수했다. 바비는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앞으로 더 좋은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앞으로 하려는 일에 대해 아주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그것은 계속 그를 신경쓰이게 했고 그는 알아야만 했다. 만약 그가 이 가족의 '삼촌' 역할을 계속 할 거라면, 지금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할 때였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바비가 알게 된 것은, 각기 다른 윈체스터들이 말을 하게 만들려거든 각자 그들의 성격대로 구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샘이 말을 하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 어떤 질문이건 간에 - 소년은 몇 분이고 쉬지않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존의 경우에는, 유감스럽지만 형편없이 취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비가 원하는 대화법은 아니었다. 그리고 딘이 입을 열게 만드는 방법은 그와 대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었다; 대신에, 딘은 일거리가 필요했다. 어떤 종류건 직접적인 대화는 딘이 움츠러들어 방어태세를 갖추게 만들었지만, 일을 하는 와중에 나누는 두어마디 대화는 달랐다. 일단 딘이 작업에 빠져들어 손을 바쁘게 놀리면, 그의 입도 자연스럽게 열렸다. 오늘같은 평안한 밤에, 딘의 유일한 책임인 새미는 잠든 채로 눈 앞에 있고 거기다 휴일의 알코올까지 포함되었으니, 확실히 지금은 바비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바비는 우선 몇 분간 둘 사이에 침묵이 편하게 스며들도록 두었다. 딘이 다락에서 찾은 모터와 와이어들을 가지고 어설프게 조물락거리는 동안 바비는 몇 권의 책을 비교대조해가며 조사한 내용을 정리중이었다. 슬슬 바비가 무난한 주제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샘, 개들, 폐차장의 일. 딘은 쉽게쉽게 대답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지는 않았다. 바비는 딘이 에그노그를 얼마나 마셨는지 눈여겨 보았다.
딘이 좀 풀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바비는 모험을 시도했다. 하지만 존에 관한 이야기는 건드리기 꽤나 민감한 주제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 바비가 정말로 관심있는 건 학교 이야기였다.
"그래, 네가 GED(general educational development; 검정고시 비슷한 것인 듯_-)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비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잘했구나, 녀석."
곁눈질로 본 딘의 얼굴에서 만족스러운 싱글거림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그는 좀 더 오래 바비의 칭찬을 즐기는 스스로를 용납하지 않았다. "뭐, 쓰잘데기 없는 종이 한 장만 얻었죠. 거기엔 제가 원하지 않는 직업을 위해 필요없는 교육을 받았다는 걸 증명하려고 제 진짜 이름이 쓰여 있으니까요."
딘의 말을 듣는 바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건 심지어 씁쓸함이 담긴 것도 아니었고, 그저 사실의 서술이었다. 딘은 계속해서 바비를 놀래켰다. "아버지는 우리가 기본교육과정은 마쳐야 한다고 했어요. 제가 그거 엄청 짜증난다고 말씀드렸었죠. 아무튼 다 끝나서 다행이에요. 공부하는 건 적성에 안 맞아서요." 딘은 그의 작업물을 유심히 살피며 모터를 이리저리 만졌다.
"대학엘 가는 건 어떠냐?" 바비는 더이상 대화에 관심없는 척 하고 있지 않았다. 딘이 쓴웃음을 짓고는 바비의 눈을 마주했다. 소년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대학이라구요? 대학에 가면 사냥을 못하잖아요. 어쩌겠어요, 그냥 아버지와 새미를 떠나버릴까요? 그 둘은 몬스터가 그들을 죽이기도 전에 서로 싸우다 죽을걸요." 술기운을 빌려 딘을 떠보려고 했던 바비의 계획은 기대했던 것보다 좀 더 성공적이었다. 그는 여태까지 한번도 딘이 존과 샘 사이의 긴장감에 대해 말하는 걸 들어본 적 없었다; 가족에 대해서라면 딘은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고 매우 신중했다.
딘은 모터를 계속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행동은 무의미해 보였고, 바비는 그가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바비는 당장에라도 일어나서 딘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싶었다; 너의 인생은 존 윈체스터의 전쟁보다 훨씬 더 가치있다고 외쳐주고 싶었다. 그는 딘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잠재력이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이해할 때까지 말해주고 비명지르고 소리치고 싶었다.
바비는 뭔가 변화가 가능했을 만큼 일찍이 이런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에 화가 났다; 왜 진작에 존의 엉덩이를 걷어차주지 않았을까, 윈체스터 가족에게 집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지 않았을까, 또는 어린 소년이 그가 원하지도 않았던 인생길로 들어서는 걸 막을 어떠한 일조차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에 화가 났다.
그가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딘이 의자에서 일어섰고, 바비는 대화가 끝났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딘은 바비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 대화의 종결과 함께 딘이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았을 때, 딘은 그 말을 결코 입밖에 내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고 바비는 확신했다.
"게다가 어느 대학에서 절 받아주겠어요?"
바비가 딘의 말을 곱씹고 있을때쯤, 딘의 등은 멀어져갔고 대화는 완전히 끝이 났다. 딘은 여태껏 만지작거리던 모터와 와이어들을 가지고 책장 뒤로 몸을 끼워넣었다. 바비는 딘이 작게 욕설을 지껄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이내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딘이 하루종일 작업한 나머지 기구들과의 연결에 성공했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됐다!"를 외치며 딘이 무릎걸음으로 벽에서 기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모터에 연결된 스위치가 들려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바비의 도서관이 변신했다. 갖가지 색의 빛들이 방을 환히 밝히고, 철제 스피커에서는 크리스마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샘의 소파를 중심으로 둥글게 세워진 선로에는 기차가 열심히 달렸다.
"이야아..형!" 샘이 졸린 음성으로 불렀다. "다 만들었구나!"
딘은 샘을보고 씨익 웃었다. 그는 자부심을 느끼며 칭찬을 조금 오래 즐겼다. 왜냐하면 그건 그의 동생으로부터 나온 것이었으니까. 바비는 자신이 손수 만든 전등의 불빛 아래서 즐거움에 찬 얼굴을 하고 있는 딘이 매우 어려보이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그 얼굴을 더 자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슬프게 했다. 바비는 아까의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만큼, 딘이 만들어 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에그노그를 단번에 들이켰다.
"모두에게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바비가 읊조렸다.
"그리고 모두들, 좋은 밤!" 소년들이 뒤이어 답했다.
그리고 정말로 - 매우, 좋은 밤이었다.
바비랑 딘이랑 연기하는 모습이 저절로 눈앞에 떠오르는데 해석은 매끄럽게 안되고ㅠㅠㅠㅠ 답답한 곳이 한둘이 아니었네연;; 그래서 걍...대충했음미다ㅠㅠ 크리스마스에 사족을 못쓰는 저는 분위기만 즐기려고요?!<-
위의 스틸컷은 내용이랑 상관도 없지만 문득 생각이 나서. 308 베리 수퍼내추럴 크리스마스가 제가 제일 처음봤던 슈내의 에피소드였다죠. 충격과 공포...그리고 빠져들기까지 5분도 안 걸렸슴다ㅋ..ㅋㅋ
모두들 메리메리크리스마스♬